(섣달 그믐날 밤, 운금성 안 진림궁.)
(칼과 검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찔리는 듯한 비명소리.)
(어린 천자는 이불 속에서 잠들지 못하고, 작은 손은 식은 땀을 움켜쥐었다.)
궁녀
폐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월장군이 가셨으니 문제 없을거에요!
게다가 이곳의 소식은 이미 전해지고 있어요.
의왕전하가 곧 오실 거에요.
(어린 천자가 이불에서 작은 얼굴을 드러냈다. 그 눈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운경천자
하지만...이번 의식은 의왕 오라버니가 특별히 신신당부했는데 나, 나는 아마 오라버니를 실망시킬 거야.
밖은 아직도 싸우고 있어?
궁녀
밖의 상황을 보고 올게요.
(궁녀가 떠나자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의왕 오라버니가 실망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어린 천자의 눈물이 결국 뚝뚝 떨어졌다.)
(그 순간, 창문이 열리고 살을 에는 시린 밤바람과 함께 칠흑 같은 그림자가 들어왔다.)
(궁전 안의 등불이 그의 온몸에 낭자한 선혈을 비춰주었다.)
(어린 천자는 깜짝 놀라 이불로 자신을 꽁꽁 감쌌다.)
???
폐하, 저에요.
(익숙한 목소리에 어린 천자는 이불 속에서 머리를 내밀었고, 눈 안의 공포가 기쁨으로 바뀌었다.)
운경천자
신선 오라버니?
신선 오라버니! 왜 그래, 온몸이 왜 피투성이야?
(백현의 긴 앞머리가 그의 눈을 가렸다. 그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운경천자는 급하게 백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살짝 끌어당겼다.)
운경천자
신선 오라버니, 다쳤어? 아프지 않아? 내가 불어줄게!
백현
폐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부상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들어주셔야 할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백현은 무릎을 꿇고 천자와 눈을 맞추며, 피 묻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여린 얼굴을 어루만졌다.)
운경천자
응... 무슨 일이야?
백현
폐하, 밖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운 것은 반란군이 어떤 물건을 빼앗아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운경천자
아, 그럼 어떻게 해?

백현
날이 곧 밝을 겁니다. 그러면 대전의 원대 중앙에 서서,
의왕이 가르친 대로 외치세요. 기억나세요? 무서워서 잊어버린 건 아니지요?
운경천자
나, 나는 무섭지 않아! 단어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어!
백현
좋아요, 혹시 불가사의한(이상한) 것을 봐도 놀라지 마세요.
월가군은 결국 승리하고 아샤 왕국도 원래대로 돌아갈 거에요.
(몇 달 동안, 전보가 빈번히 전해졌고, 아샤 왕국은 여기저기서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다.)
(백영은 천자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미간에 새겨진 주름이 어린 천자의 인상에 남아있었다.)
운경천자
이렇게 간단하게 모든게 좋아질까?
(백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경천자
알았어!
(어린 천자가 양손을 움켜쥐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긴 도포가 바닥에 질질 끌렸지만 등은 곧게 펴져있었다.)
(어전 밖에서 모든 관리들이 마지막 전투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천자는 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린 얼굴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함과 억압감이 보였다.)
(천자는 누구의 저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제단에 올라 낭랑한 목소리로 축사를 읊기 시작했다.)
운경천자
밝게 빛나는 태양과 달이여, 우리 아샤왕국을 비춰주고 더 높고, 영원히 서 있기를 바란다.
(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뺨에 묻은 핏자국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것은 별빛처럼 사방으로 흩날리며 천자를 감쌌다.)
(빛 속에서 누군가를 본 듯 천자는 손을 뻗었지만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단에서 한 줄기 눈부신 빛이 나와 구름 위로 향한다.)
(그 빛은 천지를 뒤흔드는 힘인 것처럼 강력하게 흑빛 밤의 장막을 갈랐다.)
(새해 첫날의 새벽, 아샤왕국 여기저기서 타오르는 전쟁의 불길이 그 순간 잠시 멈춰선 것 같았다.)
▼이야기 속 진림관 제단/기적난난 여행(열기구)
설명은 Siah님 글 참고

▼기적난난공식(기사)에서 발표한 운경천자 나이는 680년, 6살. 진짜 어려요ㅠㅠ
